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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으로 자라는 아이들 - 강의실 성장 에세이

코딩 강사 10년, 실제로 틀렸던 판단 3가지

by 낭만 크리에이터 2026. 6. 24.

10년 강사가 실제로 틀렸던 판단 3가지 — 강의실에서 배운 것들

아이를 잘못 봤던 순간, 방법이 틀렸던 순간, 그리고 그게 어떻게 달라졌는지 · 현직 강사의 솔직한 고백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강사는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강사는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이미지 제공)

이 글은 잘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10년간 강의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실제로 틀렸던 판단들을 정리한 글이에요.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대부분 "이렇게 해서 잘 됐다"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처음에 제가 잘못 봤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걸 솔직하게 씁니다.

교육 블로그를 쓰는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는 게 이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 실수들이 제가 가장 많이 배운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사가 틀렸다는 걸 알아야 아이가 맞는 방향으로 갈 수 있거든요.

📖 참고: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과 교육자의 자기성찰 스탠퍼드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실패를 학습의 자료로 삼는다고 설명합니다. 이 원리는 아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닙니다. 교육자 자신이 자신의 판단 오류를 인식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반복될 때, 더 나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자기성찰 없는 교육자는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아이를 방식에 맞추게 됩니다.

📌 참고 자료: 성장 마인드셋 — 한국어 위키백과

판단 1. "이 아이는 코딩이 안 맞겠다" — 산만함을 결론으로 봤습니다

집중력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섣불리 내린 판단, 그리고 그게 틀렸던 이유

초등 4학년 도윤(가명)이를 처음 만났을 때, 솔직히 걱정이 됐습니다. 수업 시간 내내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질 못했어요. 강사 설명 중에 딴 데 보고, 옆 아이 화면을 훔쳐보고, 연필을 돌리다가 떨어뜨리고. 5분도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이 아이는 코딩이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집중력이 이 정도면 화면 앞에 앉아있기 자체가 힘들 텐데.'

그 판단이 틀렸습니다. 도윤이가 산만했던 건 집중력이 없어서가 아니었어요. 주어진 미션이 너무 쉬워서였습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인데 설명을 계속 들어야 하니 몸이 먼저 반응한 거였어요. 제가 난이도를 한 단계 올리고, 도윤이가 스스로 설계해야 하는 미션을 줬을 때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쉬는 시간도 잊고 화면을 들여다봤어요.

💬 강사의 솔직한 고백

제가 틀렸던 건 "산만하다"는 행동을 보고 "코딩이 안 맞다"는 결론까지 너무 빨리 내렸다는 겁니다. 행동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예요. 도윤이가 산만했던 건 도윤이의 문제가 아니라 미션의 문제였습니다. 아이를 보기 전에 환경부터 봤어야 했는데, 저는 아이를 봤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산만해 보일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지금 미션이 이 아이에게 맞는 수준인가?" 그 질문 하나가 판단을 바꿉니다.

처음 판단 vs 실제
❌ 처음 판단산만하고 집중력이 없다 → 코딩에 맞지 않는 아이
✅ 실제미션 난이도가 맞지 않았다 → 수준 맞는 미션 제공 후 가장 집중하는 아이로

판단 2. 부모님 말씀을 그대로 믿었습니다 — 아이를 직접 보기 전에

상담 내용을 선입견으로 가져갔을 때 생기는 일

수업 전 상담에서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아이가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요. 학교에서도 모둠 활동을 힘들어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머릿속에 넣고 첫 수업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아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강의실에 들어온 서준(가명)이는 구석 자리를 골라 앉았고, 다른 아이들과 눈을 잘 마주치지 않았어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머니 말씀이 맞네. 이 아이는 혼자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처음 두 달 동안 서준이를 완전히 독립적인 미션으로만 가르쳤어요. 협업 미션에서 빼고, 혼자 완성할 수 있는 과제만 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서준이가 자기 완성한 프로그램을 들고 옆 아이 화면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리는 게 보였습니다. 말은 안 했지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게 느껴졌어요. 저는 그때서야 다시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가 관계를 싫어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관계 맺는 방법을 몰라서 혼자 있는 것일 수 있다.'

💭 강사 내면의 이야기 부모님 상담은 중요합니다. 아이를 가장 오래 본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부모님이 보는 아이의 모습과 강의실에서 보이는 아이의 모습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있기 좋아하는 아이가 코딩 수업에서는 완전히 다른 면을 보일 수 있어요. 저는 상담 내용을 정보로 받아들여야 했는데, 결론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차이가 두 달을 낭비하게 만들었어요.

서준이에게 적절한 수준의 협업 미션을 줬을 때 달라졌습니다. 말은 여전히 적었지만, 자기 화면을 가리키며 팀원에게 설명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억지로 말을 꺼내게 만든 게 아니라, 말을 꺼낼 맥락을 만들어줬을 때였어요. 코딩 결과물이 대화의 첫 문장이 된 거였습니다.

처음 판단 vs 실제
❌ 처음 판단혼자 있기 좋아하는 아이 → 혼자 하는 미션만 줘야 한다
✅ 실제관계 맺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 → 결과물이 대화가 되는 협업 미션으로 전환
아이를 직접 보기 전에 내린 결론이 때로는 아이를 가장 오래 묶어두는 틀이 됩니다

▲ 아이를 직접 보기 전에 내린 결론이 때로는 아이를 가장 오래 묶어두는 틀이 됩니다 (이미지 제공)

판단 3. "바로 답 주지 않기"가 항상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방법도 타이밍이 틀리면 역효과가 난다는 걸 현장에서 배웠습니다

코딩 교육에서 오래 통용되는 원칙 중 하나가 있습니다. 아이가 막혔을 때 바로 답을 주지 말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라는 것이에요. 저도 이 원칙을 굳게 믿었습니다. 에러가 났을 때 바로 개입하지 않고 기다렸어요. 질문이 와도 "먼저 어디가 문제인지 찾아봐"라고 했습니다. 맞는 방향이라고 확신했어요.

그런데 초등 2학년 윤아(가명)를 가르칠 때 문제가 생겼습니다. 윤아가 에러를 만날 때마다 저는 기다렸어요. 생각할 시간을 주려고요. 그런데 윤아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멈춰버렸습니다. 화면만 멍하니 보다가 "선생님, 모르겠어요"를 반복했어요. 그리고 3주 차가 지나자 윤아가 수업 오기 싫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 "선생님, 윤아가 코딩 학원 가기 싫다고 해요. 이유를 물어봤더니 '너무 어렵고 선생님이 안 알려줘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바로 알았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원칙은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는 아이에게 맞는 원칙이었어요. 저학년 아이에게, 그것도 코딩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에러 앞에서 혼자 기다리게 하는 건 훈련이 아니라 방치에 가까웠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미션에서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게 저학년에게는 그냥 막막한 시간이 되는 거였어요.

💬 강사의 솔직한 고백

좋은 교육 원칙도 맥락 없이 적용하면 독이 됩니다. "바로 답 주지 않기"는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미션일 때, 그리고 혼자 생각하는 힘이 어느 정도 길러진 아이에게 효과가 있었습니다. 저학년이나 코딩을 막 시작한 아이에게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거부감이 생겼어요.

지금은 다르게 합니다. 저학년일수록, 초보일수록 작은 힌트를 먼저 줍니다. 그 힌트로 해결하는 성공 경험이 쌓인 다음에, 조금씩 기다리는 시간을 늘려요. 원칙보다 아이의 상태가 먼저입니다.

처음 방식 vs 바뀐 방식
❌ 처음 방식모든 아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 → 저학년에서 거부감 발생
✅ 바뀐 방식학년·수준에 맞게 힌트 먼저 → 성공 경험 쌓은 후 점진적으로 기다리기

세 가지 판단이 공통으로 가르쳐준 것

틀렸던 순간들이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켰습니다

10년을 돌아보면 제가 틀렸던 판단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보다 아이에 대한 정보나 원칙을 먼저 봤다는 겁니다. 부모님 상담 내용, 교육 원칙, 처음 5분간 보이는 행동. 이것들을 결론으로 삼았을 때 틀렸어요.

반대로 맞았던 판단들을 돌아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먼저 관찰하고, 환경을 바꿔보고, 그 다음에 결론을 냈을 때였어요. 아이의 성향이 문제인지, 미션이 문제인지, 타이밍이 문제인지를 먼저 질문했을 때입니다.

🧭 틀렸던 것들이 강사를 만들었습니다

이 세 가지 판단을 공개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들은 대부분 잘 된 이야기들이고, 그 뒤에 있던 실수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이 실수들이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아이들의 변화를 가능하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윤이가 달라진 건 제가 미션을 바꿔야 한다는 걸 알게 된 뒤였고, 서준이가 말을 꺼낸 건 제가 선입견을 버린 뒤였고, 윤아가 다시 수업에 오게 된 건 제가 원칙보다 아이를 먼저 본 뒤였습니다.

강사로서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게 제가 10년 동안 배운 것 중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마치며 — 이 글을 쓰는 이유

강사의 고백이 부모님께 드리는 메시지

자녀의 코딩 교육을 고민하시는 부모님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강사도 틀립니다. 처음 상담에서 한 번 본 아이를 완전히 파악하는 강사는 없어요. 좋은 강사는 틀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틀렸을 때 빨리 수정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부모님입니다. 그리고 강사는 그 다음입니다.

상담에서 강사가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가져온다면 오히려 의심해보세요. 아이를 몇 주 관찰하고, 환경을 바꿔보고, 그 다음에 방향을 제안하는 강사가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저도 그 순서를 틀렸던 사람이니까요.

✍️ 현직 코딩 강사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서울에서 10년째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교육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본 블로그의 모든 글은 실제 수업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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