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충동적인 아이가 코딩의 순서 설계로 달라진 이야기
생각 없이 먼저 실행하던 아이가 "코딩하기 전에 순서 먼저 써볼게요"라고 말하기까지 · 현직 강사의 실제 수업 기록

▲ 코딩에서 순서를 먼저 설계하는 습관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만듭니다 (이미지 제공)
매주 수요일 오후 수업에 오던 성우(가명)는 강의실 문을 열기 무섭게 가방을 던지고 자리에 앉자마자 전원 버튼부터 누르는 아이였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항상 먼저였어요. 그런 성우가 3개월 후 처음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딩하기 전에 순서 먼저 써볼게요. 그래야 막히지 않더라고요."
코딩 수업에서도 강사 설명이 끝나기 전에 블록을 조립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매번 막혔어요. 처음에 저는 솔직히 성격이 급한 아이구나,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주를 지켜보면서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이야기는 그 아이가 달라지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제가 아이를 다르게 보게 된 과정이기도 합니다.
📌 참고 자료: 집행 기능 — 한국어 위키백과
1.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블록을 조립하던 아이
처음엔 참을성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강사의 첫 판단이 틀렸던 이유
초등 5학년 성우(가명)를 처음 만났을 때, 첫 수업 5분 만에 패턴이 보였습니다. 제가 미션을 설명하는 도중에 성우는 이미 블록을 화면으로 끌어다 놓고 있었어요. 설명을 다 듣지 않고 먼저 시작한 거였습니다. 당연히 막혔어요. 중간에 멈추고, 짜증을 내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어머니도 같은 걱정을 하셨어요. "성우가 워낙 급한 아이예요. 뭐든 먼저 해버리고 나서 틀리면 짜증 내거든요. 학교에서도 선생님 말씀이 끝나기 전에 행동부터 해서 혼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 몇 주는 그렇게 봤습니다. 성격이 급한 아이,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라고요. 그런데 관찰을 계속하다 보니 다른 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우가 기다리지 못하는 게 아니었어요. 시작 전에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 자체를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생각을 눈에 보이게 만드는 도구가 없었던 거예요. 이걸 알게 된 뒤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2. 순서를 종이에 먼저 쓰게 했습니다 — 그리고 반발이 왔습니다
짜증 내고 그냥 하겠다던 아이 — 취지를 설명하고 기회를 준 이유
저는 성우에게 한 가지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코딩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종이에 순서를 세 줄 이상 써야 한다는 규칙이었어요. 예상대로 성우는 반발했습니다. "선생님, 그냥 하면 안 돼요? 어차피 하다 보면 알잖아요." 짜증도 냈고 그냥 하겠다며 고집을 부리기도 했어요.
저는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물었어요. "해봤더니 어떻게 됐어?" 성우가 잠깐 멈추더니 "막혔어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오늘은 순서 써보고 시작해보자. 한 번만."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어요. 막히는 이유가 순서를 모르고 시작해서라는 것, 세 줄만 쓰면 훨씬 빠르게 갈 수 있다는 것을요.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라 이해시키는 데 시간을 들였습니다.
성우는 투덜거리면서 종이를 꺼냈어요. 그리고 처음 쓴 순서는 이랬습니다.
성우가 처음 쓴 순서 (원문 그대로):
1. 캐릭터 만들기
2. 움직이게 하기
3. 점수 나오게 하기
투박하고 단순했지만, 성우가 처음으로 코딩 전에 머릿속을 정리한 결과였습니다. 그날 수업에서 성우는 처음으로 도중에 막히지 않고 미션을 끝냈어요. 그게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3. "코딩하기 전에 순서 먼저 써볼게요" — 달라진 순간
3개월 후 성우에게 일어난 결정적 변화
처음에는 규칙이라 어쩔 수 없이 썼습니다. 그런데 순서를 쓰고 나서 막히지 않는 경험이 쌓이면서 달라졌어요. 문제가 해결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겁니다. 억지로 강요해서 바뀐 게 아니라, 효과를 직접 경험하면서 스스로 선택하게 됐어요.
3개월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그날은 조금 복잡한 미션이었어요. 저는 성우가 또 설명 중간에 화면부터 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성우가 먼저 노트를 꺼냈어요. 그리고 조용히 뭔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미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요.
이 말이 나오는 데 3개월이 걸렸습니다. 성우가 규칙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순간이었어요. 순서를 먼저 쓰는 게 귀찮음이 아니라 막히지 않기 위한 자기만의 방법이 됐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날 성우는 그 복잡한 미션을 반 안에서 가장 먼저 완성했습니다.

▲ 종이에 쓴 세 줄이 충동적인 아이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미지 제공)
4. 알고리즘 설계가 충동성 훈련이 되는 이유
컴공 전공자 시각에서 본 순서 설계와 억제 조절의 구조적 연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교육 현장에 들어온 지 10년입니다. 개발 현장에서 경험 있는 개발자와 초보 개발자를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코딩을 시작하기 전에 설계를 하는지 안 하는지입니다. 초보는 바로 코딩을 시작합니다. 경험이 쌓인 개발자는 반드시 먼저 설계를 합니다. 설계 없이 시작하면 결국 막히고,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성우가 매번 막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던 이유와 정확히 같습니다.
처음에 저는 성우를 성격이 급하고 참을성이 부족한 아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그건 틀린 판단이었어요. 성우는 참을성이 없는 게 아니라, 시작 전에 머릿속을 정리하는 방법을 몰랐던 겁니다. 도구가 없었을 뿐이었어요.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고, 시간과 기회를 줬더니 성우는 스스로 그 방법을 받아들였습니다. 강요로 바뀐 게 아니라, 효과를 경험하면서 자신의 방법으로 만든 거예요. 이 과정이 제게 하나의 원칙을 남겼습니다. 아이를 바꾸려 하기 전에, 아이를 제대로 보는 것이 먼저라는 것.
충동성은 없애는 게 아닙니다. 그 에너지가 먼저 설계로 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전환은 강요가 아니라 경험으로 만들어집니다.
5. 코딩이 성우에게 남긴 것
6개월 후 강의실 밖으로 이어진 변화
6개월 후,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학교에서 그룹 프로젝트 과제가 나왔을 때, 성우가 팀원들에게 "우리 먼저 역할 나누고 순서 정하자"고 먼저 말했다는 거였어요. 담임 선생님이 놀라셨다고 했습니다. 충동적으로 먼저 달려드는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멈추게 하고 순서를 먼저 설계하자고 한 거니까요.
💬 "엄마, 코딩에서 순서 먼저 쓰면 안 막히잖아. 이것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아?"
이 말이 나오는 순간이 코딩 교육이 기술 교육을 넘어서는 순간입니다. 코딩이 성우에게 남긴 건 블록 코딩 실력이 아니라, 실행 전에 설계하는 습관이었습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아이가 걱정되신다면, "천천히 해"라는 말보다 순서를 쓰는 종이 한 장을 먼저 건네주세요.
💬 자주 묻는 질문
'코딩으로 자라는 아이들 - 강의실 성장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형제 사이 나빴던 두 아이 코딩으로 협력한 이야기 (0) | 2026.06.19 |
|---|---|
| 코딩 배운 아이 vs 안 배운 아이, 10년 후 실제로 달라지는 것들 (0) | 2026.06.16 |
| AI가 코딩을 다 해줘도 아이가 코딩을 배워야 하는 이유 (0) | 2026.06.11 |
| 친구 사귀기 서툰 아이 코딩 협업으로 달라진 이야기 (0) | 2026.06.10 |
| 욱하는 중학생이 코딩으로 감정 조절한 이야기 (0) | 2026.06.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