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관계가 서툰 초등학생이 코딩 협업으로 첫 친구를 사귄 이야기
학교에서 내내 혼자였던 아이가 코딩 수업에서 처음으로 "같이 만들자"고 말하기까지 · 현직 강사의 실제 수업 기록

▲ 함께 만든다는 경험이 관계의 시작이 됩니다 (이미지 제공)
"선생님,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항상 혼자예요.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이랑 어울리지 못하고 교실 한쪽에 앉아 있다고 담임 선생님께 들었어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담실에서 듣는 가장 마음 아픈 말 중 하나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유준(가명)은 그런 아이였습니다. 말수가 적고, 낯선 사람에게 먼저 말 거는 일이 없었어요. 그런데 코딩 수업에서 6개월이 지났을 때, 유준이가 처음으로 옆 아이에게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나 이 부분 만들었는데, 네 거랑 합쳐볼래?" 그 말 한마디가 유준이의 첫 번째 친구가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 참고 자료: 발달심리학 — 한국어 위키백과
1. 항상 혼자였던 아이 — 첫 상담에서 파악한 유준이의 패턴
친구관계가 서툰 아이의 실제 모습과 코딩 수업을 선택한 이유
매주 금요일 오후 수업에 오던, 강의실에 들어오면 가장 구석 자리를 골라 앉고 다른 아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버릇이 있던 초등 4학년 유준(가명)이를 처음 만났을 때, 실력보다 태도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용했고, 집중력은 좋았지만, 수업 중 제가 질문을 해도 대답을 최대한 짧게 끝냈어요. 다른 아이들이 웃거나 떠들어도 시선을 고정하고 화면만 봤습니다.
"선생님, 유준이가 어릴 때부터 친구를 잘 못 사귀어요. 말을 먼저 안 거는 편이라 친구들이 다가오지 않으면 그냥 혼자 있어요. 학교에서도 모둠 활동할 때 자기 역할만 조용히 하고 끝낸다고 하더라고요. 코딩은 혼자 하는 활동이니까 부담 없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보내봐요. 근데 솔직히 여기서도 혼자일까 봐 걱정이 돼요."
저는 유준이를 관찰하면서 한 가지를 파악했습니다. 유준이가 말을 안 거는 건 싫어서가 아니었어요.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였습니다. 대화의 첫 문장이 없었던 거예요. 그 구조를 이해하자 방향이 보였습니다. 코딩이 그 첫 문장을 만들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2. 코딩이 대화의 첫 문장을 만들어주는 이유
결과물이 있으면 먼저 말을 걸 이유가 생긴다 — 코딩과 사회성의 연결
친구관계가 서툰 아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건 "무슨 말을 해야 하나"입니다. 할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을 꺼낼 맥락이 없는 거예요. 그런데 코딩에는 결과물이 있습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화면에서 움직이는 걸 보여줄 수 있어요. 그 결과물이 대화의 첫 문장을 대신해줍니다.
수업 8주차였습니다. 유준이가 캐릭터가 화면을 튕기는 프로그램을 완성했어요. 옆자리 아이가 "어, 저거 어떻게 만들었어요?"라고 먼저 물었습니다. 유준이가 잠깐 굳더니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여기 이 블록이요." 두 단어짜리 대답이었지만, 유준이가 먼저 내용을 꺼낸 첫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보면서 코딩 수업이 사회성 훈련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결과물이 있으면 먼저 말을 걸 이유가 생깁니다.

▲ "이거 내가 만든 거야"라는 한 마디가 관계의 문을 엽니다 (이미지 제공)
3. "나 이 부분 만들었는데, 네 거랑 합쳐볼래?" — 첫 친구가 시작된 순간
협업 프로젝트가 만들어낸 결정적인 전환점
수업 4개월 차, 저는 의도적으로 짝 협업 미션을 설계했습니다. 두 아이가 각자 프로그램의 절반씩 만들고, 합쳐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과제였어요. 유준이의 짝은 매주 수업마다 완성한 것을 바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초등 4학년 다현(가명)이었습니다.
처음 30분 동안 둘은 거의 말을 안 했습니다. 각자 화면만 봤어요. 그런데 유준이가 자기 담당 부분을 먼저 완성했을 때였습니다. 유준이가 다현이 화면을 슬쩍 봤어요. 다현이는 아직 절반도 못 했고요. 유준이가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습니다.
그 말이 나오는 데 4개월이 걸렸습니다. 유준이가 먼저 말을 건 것도, 도움을 제안한 것도 처음이었어요. 다현이가 "어, 진짜? 어떻게 해?"라고 의자를 당겼고, 두 아이는 그 이후 수업 내내 나란히 앉아 화면을 봤습니다. 그날 두 아이가 완성한 프로그램은 유준이 혼자 만든 것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어요. 수업이 끝난 후 다현이가 "유준이 다음에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유준이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4. 왜 코딩 협업이 사회성 발달에 효과적인가
10년간 현장에서 확인한 코딩 협업과 또래 관계의 구조적 연결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교육 현장에 들어온 지 10년입니다. 코딩 협업이 사회성 발달에 특별히 효과적인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첫째, 역할이 명확합니다. "나는 이 기능, 너는 저 기능"처럼 협업의 경계가 코드로 명확해집니다. 친구관계가 서툰 아이들은 대부분 관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가 불분명할 때 불안해합니다. 코딩 협업에서는 내가 맡은 부분이 분명하고, 그 부분을 완성하면 기여가 눈에 보입니다.
둘째, 대화의 주제가 항상 있습니다. 코드가 주제가 됩니다. "이 블록 어떻게 한 거야?", "여기 에러 나는데 어떻게 했어?"처럼 대화를 시작하는 문장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먼저 말을 꺼내는 게 어려운 아이들에게 코드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셋째, 결과물이 함께 만든 것이 됩니다. 두 아이가 합쳐서 완성한 프로그램은 혼자 만든 것보다 나을 때가 많습니다. 이 경험이 "같이 하면 더 잘 된다"는 협력의 가치를 코딩으로 먼저 배우게 합니다.
저는 사회성 훈련을 위해 코딩 수업에 의도적으로 협업 미션을 넣습니다. 모든 수업을 혼자 하는 활동으로만 채우지 않아요. 한 달에 한 번, 짝이나 소그룹이 함께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을 만듭니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코딩 기술 이상의 것을 줍니다. "저 아이가 나보다 이 부분을 더 잘하는구나", "내가 저 아이를 도울 수 있구나"라는 경험이 관계의 씨앗이 됩니다. 코딩이 사회성의 도구가 되는 건 의도된 설계에서 나옵니다.
친구관계가 서툰 아이에게 "먼저 말 걸어봐"라고 하는 건 쉽지 않은 요구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에게 용기만 강요하는 건 도움이 안 돼요. 대신 말을 꺼낼 맥락을 만들어 주세요. 코딩으로 완성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생기는 환경. 이것이 사회성 훈련보다 먼저 필요한 것입니다.
5. 유준이에게 코딩이 남긴 것
코딩이 기술 너머에 남겨준 것 — 6개월 후 유준이의 변화
유준이는 6개월이 지났을 때 다현이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학교에서 모둠 활동을 할 때 유준이가 처음으로 모둠원에게 먼저 의견을 냈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 맡을게요"라고요. 담임 선생님이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코딩 수업에서 생긴 변화라는 걸 알고 계셨어요.
💬 "엄마, 나 오늘 모둠에서 제일 먼저 말했어."
이 말이 나오는 순간이 코딩 교육이 기술 교육을 넘어서는 순간입니다. 코딩이 유준이에게 남긴 건 블록 코딩 실력이 아니라,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친구관계가 걱정되는 아이가 있다면, 말을 가르치기 전에 말을 꺼낼 맥락부터 만들어주세요.
💬 자주 묻는 질문 (FAQ)
학부모님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들을 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