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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으로 자라는 아이들 - 강의실 성장 에세이

발표만 하면 떨던 중학생이 300명 앞에서 당당해진 이유

by 낭만 크리에이터 2026. 6. 4.

발표만 하면 떨던 중학생이 300명 앞에서 당당해진 이유

목소리가 떨려 한 마디도 못 하던 아이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으로 300명 앞에 선 날 · 현직 강사의 실제 수업 기록


중학생이 자신이 만든 코딩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서 있는 모습

▲ 자신이 만든 것을 발표하는 순간, 발표 공포증은 자부심으로 바뀝니다 (이미지 제공)

"발표 시간만 되면 아이가 복통을 호소해요." 상담실에서 들은 말입니다. 발표 공포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이 겪는 문제예요. 그런데 10년간 강의실에서 확인한 사실이 있습니다. 남이 만든 것을 설명해야 할 때와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을 설명할 때, 아이의 목소리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오늘은 수업 중 단 한 마디도 못 하던 중학생 서연(가명)이가 학교 전교생 앞에서 코딩 발표를 해낸 이야기입니다. 발표 당일, 서연이 어머니뿐 아니라 솔직히 저도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연이를 옆에서 지켜봐온 결과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 참고: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의 자기효능감 이론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의 믿음, 즉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실제 수행 능력보다 행동 여부를 더 강력하게 결정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는 자기효능감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직접 성공 경험(Mastery Experience)'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경험은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드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 참고 자료: 자기효능감 — 한국어 위키백과

1. 수업 중 호명만 해도 얼굴이 빨개지던 아이

발표 공포증의 실체와 첫 수업에서 확인한 문제의 본질

매주 수요일 저녁 수업에 오던 중학교 1학년 서연(가명)이를 처음 만난 건 학기 초였습니다. 강의실에 들어올 때마다 문 앞에서 잠깐 멈추고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 타이밍을 재서 자리에 앉는 버릇이 있었어요. 첫 수업 시간, 제가 "서연아, 좋아하는 과목이 뭐야?"라고 물었을 뿐인데 아이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습니다. 입술이 떨리더니 결국 아무 말도 못 했어요. 단순한 수줍음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자신을 바라보는 상황 자체가 신체 반응을 일으키는 수준이었어요.

어머니는 상담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발표 시간만 되면 복통을 호소해요. 선생님이 지목하면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코딩은 혼자 하는 활동이니까 그나마 부담이 덜할 것 같아서요." 그 말씀이 맞았습니다. 서연이는 컴퓨터 앞에서는 달랐어요. 조용하지만 집중력이 있었고, 에러를 만나도 묵묵히 들여다봤습니다. 저는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바로 알았어요. 발표를 가르치기 전에, 발표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2. 컴퓨터는 서연이의 말을 기다려줬습니다

사람 앞에서는 굳어버리던 아이가 코딩 화면 앞에서 처음으로 입을 연 순간

코딩이 서연이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컴퓨터는 서연이를 바라보지 않거든요. 말을 더듬어도, 오래 생각해도, 틀린 코드를 입력해도 컴퓨터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저 입력한 대로 반응할 뿐이에요.

수업 3주차, 서연이가 에러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어디가 막혔어?"라고 묻는 대신 그냥 옆에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직접적인 질문은 오히려 서연이를 더 굳게 만들 것 같았거든요. 30초쯤 지났을까요. 서연이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어요. "여기 블록 순서가 잘못된 것 같아요." 수업에 들어온 지 3주 만에 처음으로 먼저 꺼낸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반응을 과하게 하지 않았어요. 그냥 조용히 "맞아, 한번 바꿔봐"라고만 했습니다. 서연이가 스스로 고쳐냈고, 프로그램이 작동했어요. 그 작은 성공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3. "제가 만든 거라서 설명할 수 있어요" — 무대가 두렵지 않아진 이유

자신이 직접 만든 결과물이 발표 공포를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순간

3개월 후, 학교에서 SW 교육 발표 대회 공지가 왔습니다.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행사였어요. 서연이 담임 선생님이 서연이를 추천했습니다. 저도, 어머니도 깜짝 놀랐어요. 서연이 본인은 더 놀랐을 겁니다.

서연이가 발표한 프로그램은 '학교 급식 영양소 분석기'였습니다. 그날 먹은 급식 메뉴를 입력하면 단백질·탄수화물·지방 비율을 계산해 시각화해주는 파이썬 프로그램이었어요.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던 서연이가 스스로 기획하고 두 달에 걸쳐 완성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준비 수업에서 처음 연습 발표를 할 때, 서연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달랐어요. 이전에는 굳어서 말을 못 했다면, 이번엔 떨면서도 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물었어요. "긴장되지 않아?" 서연이가 대답했습니다.

"긴장은 돼요. 근데 이건 제가 만든 거잖아요. 이건 설명할 수 있어요."

그 말이 전부였습니다. 남이 만든 것을 외워서 발표하는 것과, 자신이 설계하고 만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심리적 상태입니다. 서연이는 자기 코드의 모든 줄이 왜 그렇게 짜였는지 알고 있었어요. 그게 무대 공포를 이겼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앞에 두고 당당하게 발표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 "제가 만든 거라서 설명할 수 있어요" — 이 한 마디가 발표 공포를 이긴 순간이었습니다 (이미지 제공)

4. 300명 앞에서의 3분, 그리고 달라진 것들

발표 당일의 장면과 그 이후 서연이에게 일어난 변화

발표 당일, 저도 솔직히 긴장했습니다. 서연이 어머니와 함께 강의실에서 기다렸어요. 하지만 불안하지는 않았습니다. 6개월 동안 서연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옆에서 지켜봤으니까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서연이는 전교생 300명 앞에 섰습니다. 목소리는 처음 30초 동안 떨렸습니다. 그런데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 화면을 띄우고 "이 버튼을 누르면 이렇게 작동합니다"라고 설명하기 시작하면서, 목소리가 달라졌어요. 3분 발표를 마쳤을 때 객석에서 박수가 나왔습니다.

💬 "선생님, 저 떨었는데 끝까지 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발표를 마치고 돌아온 서연이는 크게 웃지도, 흥분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조용히, 그러나 뭔가 달라진 눈빛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스스로도 만족해 하는 표정이었어요. 문 앞에서 아무도 안 본다는 타이밍을 재서 들어오던 아이가 300명 앞에서 3분을 버티고 돌아온 표정이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5. 발표 공포가 있는 아이에게 코딩이 효과적인 이유

컴공 전공자이자 현직 강사가 정의하는 코딩 발표와 자기효능감의 관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교육 현장에 들어온 지 10년입니다. 발표 공포증이 있는 아이들에게 코딩이 특별히 효과적인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코딩은 발표 압박 없이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컴퓨터 앞에서 코드로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이 쌓이면, 사람 앞에서 말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집니다. 서연이가 화면 앞에서 먼저 말을 꺼내기 시작했을 때, 그게 결국 무대에서도 말을 이어가는 힘이 됐어요.

둘째, 자신이 만든 결과물은 발표 내용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설계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명이 나옵니다. 발표 공포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틀리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사라져요. 발표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발표 학원에 보내기 전에, 먼저 발표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주세요. 그게 순서입니다.

🧭 긴장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 긴장보다 강한 것이 생기는 겁니다

서연이는 발표 당일에도 떨었습니다. 저도 긴장했어요. 발표 공포가 사라진 게 아니었습니다. 서연이에게 긴장보다 강한 것이 생겼을 뿐이에요. "이건 내가 만든 거고, 나는 이걸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연습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어요. 6개월 동안 코드 앞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고, 스스로 고쳐나가는 경험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발표를 가르치기 전에 자부심을 먼저 만들어주는 것, 그게 발표 공포를 이기는 순서입니다.

서연이가 스스로 만족해하며 돌아왔을 때, 그게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6. 무대가 무섭지 않은 게 아니라, 무대에 설 이유가 생긴 겁니다

발표 공포 극복의 본질과 코딩이 만들어준 것

서연이는 지금도 발표가 두렵습니다. 달라진 건 그 두려움보다 강한 무언가가 생겼다는 점이에요. "내가 만든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자부심이 발표 공포를 앞섰습니다. 발표 공포증을 치료한 게 아니라, 발표를 이길 이유를 만든 겁니다.

엄마, 나 떨었는데 끝까지 했어. 그리고 생각보다 괜찮았어.

아이가 이 말을 하는 순간이 코딩 교육의 가장 중요한 성과입니다. 프로그램 하나가 아이 안에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은 거니까요. 발표를 무서워하는 자녀가 있다면, 먼저 발표하고 싶어질 만한 것을 만들게 해주세요. 코딩이 그 첫 번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 현직 코딩 강사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서울에서 10년째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코드를 외우는 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교육 철학으로 삼고 있습니다.
본 블로그의 모든 글은 실제 수업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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