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만 하던 초등학생이 게임을 직접 만든 날
소비자에서 창조자로 각성하는 순간 · 10년 차 현직 강사의 실제 수업 기록

▲ 게임을 소비하던 아이가 게임을 만드는 아이로 바뀌는 순간, 코딩 교육의 진짜 의미가 시작됩니다 (이미지 제공)
"코딩 학원 보내놨더니 게임만 한다"는 말을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자주 봅니다. 그 걱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10년간 강의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저는 정반대의 장면을 수없이 목격했어요. 게임을 가장 좋아하던 아이가 코딩을 가장 열심히 배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수업에 오던 재현(가명)은 수업 시작 전 항상 유튜브 게임 영상을 틀어놓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게임 이야기라면 누구보다 말이 많았지만 코딩 화면이 열리면 바로 시큰둥해졌어요. 그런 재현이가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제가 직접 게임 만들 수 있어요?"
📌 참고 자료: 게임 기반 학습 — 한국어 위키백과
1. 수업 내내 게임 이야기만 하던 초등 5학년 재현
믿지 않으셨던 어머니와의 첫 상담 — 그리고 강사가 드린 말씀
재현이를 처음 만난 건 초등 5학년 초였습니다. 첫 수업 시간, 재현이는 자리에 앉자마자 요즘 어떤 게임 하냐고 물었어요. 제가 마인크래프트 해봤냐고 했더니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30분 동안 마인크래프트 레드스톤 회로 설명을 멈추지 않았어요. 수업보다 게임 이야기가 훨씬 길었습니다.
어머니는 상담에서 걱정이 많으셨어요. 재현이가 하루에 거의 5시간씩 게임을 한다는 것, 공부는 뒷전이고 억지로 끊기도 어렵다는 것. 그 걱정과 스트레스가 상당히 크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코딩을 가장 빨리 배웁니다." 어머니는 처음에 제 말을 믿지 않으셨습니다. 당연히 그러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루 5시간 게임으로 힘드신 상황에서 그 말이 쉽게 와닿기 어렵겠다 싶었거든요. 저는 일단 심적으로 안심을 시켜드리는 게 먼저라고 판단했습니다. "게임이 적이 아닙니다. 방향의 문제예요. 한번 지켜봐 주세요."
어머니는 반신반의하셨지만 재현이를 등록시켜 주셨습니다.
2. "이거 제가 직접 만든 거예요" — 전환이 일어난 순간
게임 소비자에서 게임 창작자로 바뀌는 결정적 수업 장면
수업 초반 재현이는 코딩보다 게임 얘기가 더 많았습니다. 블록을 조립하다가도 "이거 제가 하는 게임이랑 비슷해요!"라며 딴길로 샜어요. 저는 일부러 막지 않았습니다. 그 연결 고리가 중요했거든요.
3주차, 장애물을 피하는 간단한 피하기 게임 만들기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재현이에게 딱 하나만 요청했어요.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랑 비슷하게 만들어봐. 규칙은 네가 정해." 그 한 마디에 재현이가 처음으로 입을 다물고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종료 10분 전, 재현이가 저를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달랐습니다. 게임 이야기를 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흥분이었어요. 자신이 만든 규칙대로 화면이 움직이는 것을 본 아이의 눈빛은 소비자의 흥분이 아니라 창조자의 자부심이었습니다.
3.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코딩을 빨리 배우는 이유
컴공 전공자 관점에서 게임과 코딩이 연결되는 논리적 이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재현이의 빠른 성장은 전혀 놀랍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많이 한 아이는 이미 조건문과 반복문을 몸으로 알고 있거든요. 체력이 0이 되면 게임오버, 아이템을 먹으면 속도가 빨라짐, 일정 점수가 되면 레벨업 — 이것들이 전부 코딩의 조건문 구조입니다.
게임 경험이 코딩 학습에 도움이 되는 이유:
조건문 → "체력이 0이 되면 게임오버"를 이미 수천 번 경험했습니다
반복문 → 몬스터가 계속 나오는 구조를 직관적으로 이해합니다
변수 → 점수·레벨·체력이 숫자로 변하는 구조를 몸으로 압니다
목적 의식 →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강한 동기가 있습니다
문제는 게임 자체가 아닙니다. 게임을 소비하는 시간을 게임을 설계하는 경험으로 전환하는 것, 그게 핵심이에요. 재현이처럼 게임에 깊이 빠진 아이일수록, 그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의 폭발력은 더 큽니다.

▲ 자신이 설계한 규칙대로 화면이 움직이는 순간, 아이는 소비자에서 창조자로 각성합니다 (이미지 제공)
4. 재현이가 달라진 것들 — 강의실 밖으로 번진 변화
게임 창작 경험이 학습 태도 전반에 미친 긍정적 전이 효과
그날 이후 재현이는 달라졌습니다. 수업 때 딴 얘기를 하던 아이가, 이제는 수업 시작 전부터 "선생님 저 이번에 총알이 튀어나오는 기능도 넣고 싶어요, 어떻게 해요?"라고 먼저 묻기 시작했습니다. 목적이 생긴 거예요.
두 달 후,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학교 수업에서 모둠 과제를 할 때 재현이가 자발적으로 리더를 맡았다는 소식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될 것 같아?"라고 먼저 묻고, 막히면 방법을 찾는 아이가 됐다고 하셨습니다. 처음에 제 말을 믿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이번엔 먼저 연락을 주셨습니다.
💬 "엄마, 게임은 하는 게 재밌는데 만드는 게 더 재밌어. 내가 규칙을 정하는 거잖아."
5. 10년 강사가 게임 좋아하는 아이를 환영하는 이유
컴공 전공자이자 현직 강사가 정의하는 게임과 코딩 교육의 관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교육 현장에 들어온 지 10년입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아이가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에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 반갑다는 생각을 합니다. 게임을 많이 한 아이는 몇 가지 강점을 이미 갖고 있거든요. 실패에 익숙하고, 규칙을 분석하며, 반복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 세 가지가 코딩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재현이 어머니께 처음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가 코딩을 가장 빨리 배웁니다"라고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믿지 않으셨습니다. 당연한 반응이에요. 하루 5시간 게임으로 힘드신 상황에서 그 말이 쉽게 와닿기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설득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안심을 드리고, 재현이가 바뀌는 걸 직접 보실 때까지 기다렸어요. 두 달 후 어머니가 먼저 연락을 주셨을 때, 그때서야 제가 드린 말씀의 의미가 전달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게임을 끊게 만드는 것보다 게임을 만들고 싶게 만드는 것이 훨씬 강력합니다. 그리고 한번 만드는 재미를 알게 된 아이는 더 이상 남이 만든 게임에만 몇 시간씩 매달리지 않습니다.
6. 게임을 만드는 아이가 세상을 만드는 어른이 됩니다
소비자에서 창조자로의 전환이 가져오는 장기적인 성장
재현이는 그 후로도 계속 게임을 좋아합니다. 달라진 건 게임을 보는 눈입니다. 이제 새로운 게임을 접하면 "이 기능은 어떻게 구현했을까?"라고 먼저 묻습니다. 소비자의 눈이 아니라 설계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시작한 거예요.
이 말이 나오는 순간이 코딩 교육의 가장 중요한 결실입니다. 기술을 배운 게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한 거니까요.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를 걱정하기 전에, 그 에너지를 어디로 향하게 할지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 방향 하나가 아이의 10년을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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